먼저, WRC11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 놀이속의세상에 감사의 말씀 드리며, 그단스크까지 동행하며 대회에 잘 참가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박승배 사장님과 강수정 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5월 25일]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면서 폴란드에 갈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지금이야 대회가 있으면 전날에 컨디션 조절만 잘해서 대회에 임하는 정도가 되었지만, 선발전을 준비할 때는 대회 전날까지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기억이 난다.

<2024.5.25 WRC11 한국대표 선발전, 대구예술대학교>
[대회 전]
국내대회에서 알게 된 실력이 좋은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연습경기를 하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선발전 1년 전부터 다양한 모임을 통해 대회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력이 괜찮은 사람들을 많이 알아놓았고, 선발전 두 달 전부터는 그들과 지속적으로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서 루미큐브를 잘하는 신재혁 선수(2024 WRC11 온라인 대표), 김영옥 선수(2018 WRC10 한국 대표), 이원재 선수(2012 WRC8 한국 대표)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과 연습을 하고 다양한 조언을 얻었다.
그 외에, 김영옥 선수 덕분에 Evgeni Shapiro(2024 WRC11 이스라엘 대표), Sasha Erlich(2018년 WRC10 이스라엘 대표)와도 모바일 연습경기를 했다.
WRC에는 각국의 선수들끼리 선물을 교환하는 문화가 있다고 하여 나도 선물을 준비했다. 접이식 부채를 준비했고 혹시 대회 때 친해질 사람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접이식 부채와 윷놀이를 몇 개 더 준비했다. 포장은 직접 했다.

<각 국 선수들에게 선물로 줄 접이식 부채>
[9월 5일(D-2)]
9월 4일부터 하계 휴가를 사용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9월 5일 저녁 항공편으로 폴란드로 출발했다.
공항에서 신재혁 선수와 박승배 사장님, 강수정 이사님을 만나 인천 → 헬싱키(핀란드) → 그단스크(폴란드)로 갔다.
[9월 6일(D-1)]
현지 시간 기준, 이른 아침에 그단스크 공항에 도착했고, 폴란드의 스텝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정 국가에서 WRC를 개최한다고 하면, 루미큐브 본사인 Lemada사와 개최국의 루미큐브 납품사에서 대회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각 참가국 선수단의 도착 여부 확인 및 호텔까지의 인솔을 위한 부스가 있어서 도착 기념으로 박승배 사장님, 강수정 이사님, 신재혁 선수와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그단스크에 위치한 힐튼호텔로 이동했다.
그단스크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 시간까지 어디서 피로회복 및 시차 적응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여 웰컴키트를 받고 바로 숙소로 올라가서 짐을 풀었다.(숙소는 1인 1실이다.)
웰컴키트에는 일정표와 이번 행사기간 동안 입을 옷이 들어있었다.

<웰컴 키트>
호텔 로비에는 루미큐브의 역사가 느껴지는 옛날 버전의 루미큐브들과 이번 대회의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루미큐브 월드였다.

<WRC11 트로피> <옛날 루미큐브>
중간에 있는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저녁 일정(웰컴 디너)이 있기 전까지 계속 쉴 수 있었고, 이때 잠을 충분히 자 둬야 했다. 하지만 한국 기준 대낮 시간대라 그런지 숙면을 하긴 어려웠다. 일단 잠을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호텔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신재혁 선수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먹어본 적 없는 Fish soup가 나왔는데 입맛에 잘 맞아서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오후에도 낮잠을 좀 잤고, 저녁에 본격적으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오후 7시, 웰컴 디너를 위해 미팅룸에서 32명의 참가 선수 및 각국의 루미큐브 납품사 임직원들이 모였다.
각 참가국의 선수들(Champion), 참가국별 루미큐브 납품사 임직원(Distributor)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외에 선수들의 가족, 친구(Champion's guest)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Lemada사에서는 나를 S.Korea Champion으로 불러줬는데 신기하면서도 황송했다.)
※ F.Y.I
WRC 참가인원은 Distributor, Champion, Guest of Champion, Staff, Guest로 구분한다.
미팅룸 내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 파악을 하고 있을 때 홍콩 대표 Toby가 나에게 인사를 왔고, 대화를 하며 친해지게 되었다.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어설프게나마 우리말을 할 줄 아는 20세의 대학생 Toby와 나는 금세 친해졌다. 친해지면서 알게 된 점은 홍콩은 선발전에서 2천여 명의 인원들이 한 번에 경쟁을 한다는 것이었다. 2천여 명이라는 숫자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지역 대회에서 상위권의 성적으로 선발전 참가 자격을 획득한 사람들끼리 경쟁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참석 인원별로 지정된 자리가 있었고, 우리 테이블에는 나, 신재혁 선수, 박승배 사장님, 강수정 이사님, Kinkajoo 임직원 등이 앉았다.
웰컴 드링크로 와인이 있었지만 나는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살짝 멍한 느낌이 있어서 와인을 마시지 않았고 신재혁 선수도 두 달 전부터 금주를 했다고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
※ F.Y.I
Kinkajoo는 모바일 루미큐브 앱을 개발한 개발사로, WRC에 참가하는 32명의 선수 중 한 명인 온라인 대표(Rummikub OnLine, ROL)의 Distributor이다.
루미큐브가 판매되는 모든 국가가 WRC에 참가를 하는 것이 아니고, 미판매 국가에도 숨은 고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대표를 선발하는 것은 정말 좋은 취지인 것 같다.
그들은 온라인 대표 선발전에서 100경기 중 77승으로 1위를 한 신재혁 선수를 보자 압도적으로 1위를 한 대단한 실력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다는 듯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동시에 나도 온라인 예선을 해봤는지 물어보았다.
나도 온라인 대표 예선을 해봤고, 100판 중 65판으로 4위를 했다고 하자 엄지척을 해주었다.
(모바일 루미큐브 전체 승률은 51~52프로 정도이고 거의 4인 경기만 했다. 10,000판 정도 하면 승률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Kinkajoo 담당자가 나와 신재혁 선수에게 모바일로 한게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나는 최대한 정중히 사양했고, 신재혁 선수는 Kinkajoo 담당자와 1대1을 했다.

<Kinkajoo 직원과 모바일 루미큐브를 하는 신재혁 선수>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Kinkajoo 담당자에게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물어봤고, 유익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 F.Y.I
1. 모바일 루미큐브의 유저 중 대한민국 사람의 비중이 가장 높다.
2. 4인 기준 승률이 50~55프로 정도면 극 최상위권이다.
웰컴 디너에서는 루미큐브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루미큐브의 발전에 공헌한 분들을 축하하는 자리도 있었다. 최근 신규 판매 국가로 추가된 싱가포르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 그날 생일인 뉴질랜드 선수를 깜짝 축하해 주는 자리도 있었다.
같은 테이블의 인원들끼리 대화를 나누던 중, 박승배 사장님께 한국 루미큐브의 역사에 대해 잠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루미큐브가 대중화되어 있지만(세계 판매량 1위) 초창기에는 국내에 100개를 수입해 와서 한 개도 못 팔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우리나라는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버전의 루미큐브를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이 존재하지만, 외국은 보드게임을 파는 곳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월컴 디너가 끝났고 각 참가국의 루미큐브 납품사 임직원분들은 대부분 세계대회가 있으면 보는 사이라 그런지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분위기였고, 나와 신재혁 선수는 조금이라도 더 일찍 자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로비에는 루미큐브를 연습할 수 있게 체험존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본 대표와 그의 친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와 신재혁 선수가 체험존을 지나칠 때 일본 대표의 친구가 "Hey guys, let's play together"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 세계 루미큐브 레전드 Masato Kuwabara 씨가 왔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는 몰랐다. 놀이속의세상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십 년 전 사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일본 선수와 일본 레전드가 우리에게 연습경기를 제안했지만, 어차피 중요한 순간에 한 번만 이기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고 대신 같이 있던 Toby를 보냈다.
[9월 7일(D-Day)]
대회 당일 아침 신재혁 선수와 아침 식사를 하고 시티투어에 참여했다. 그단스크가 항구도시인 만큼 유람선을 타고 그단스크 내에 있는 강을 투어 했다. 투어 중 유람선에서 무료 제공되는 음료를 마시면서 선수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루미큐브를 연습하기도 했다.(대회전에 각국 선수들과 오프라인으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놀랐다.)

<유람선 시티투어 中>
신재혁 선수와 상의 끝에 나는 연습경기를 하지 않았고 신재혁 선수가 연습경기를 하면 나는 관전 후 피드백을 해주었다.
특이했던 점은 대만 선수가 연속된 숫자를 둘 때 역순으로 둔다는 것이었다.(한국이 9. 10. 11로 둔다면 그는 11. 10. 9로 뒀다.)
근데 생각해 보니 룰에 연속된 숫자로 조합하라는 내용은 있어도 그것이 오름차순인지 내림차순인지에 대한 명기가 안 되어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예선이 시작하기 전, 운영진들 중 총괄급인 Jessica에게 오름차순으로 놔야 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그 외에도 등록을 아예 안 하고 경기가 끝나면 등록을 못/안 한 여부에 상관없이 -100점인 룰이 있었는데 그 부분도 확인을 했다.(애매하면 등록을 아예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스페인, 체코 선수와 연습경기를 하는 신재혁 선수>
그렇게 유람선에서 온전히 투어에 집중하기보다는 반나절도 안 남은 예선전 생각을 많이 했다. 예선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벨기에 선수가 먼저 말을 걸어주어 같이 대화를 나누며 서로 친해지게 되었는데 벨기에는 선수 한 명과 그의 친구 둘이 대회에 참가를 했다고 한다.(이때까지만 해도 예선에 집중해 있었기 때문에 깊은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그러던 중 32명의 선수 중 최고령자인 싱가포르 선수분이 배가 흔들릴 때 발을 헛디디신 건지, 정신을 잃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쓰러지셔서 바로 부축을 해서 일으켜 세워 드렸다. 그때부터 싱가포르의 선수단 분들이 나를 잘 대해주셨다.
유람선 투어의 끝은 해안가가 있는 Sopot이라는 지역이었다.
Sopot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대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참여했다.

<Sopot에서 찍은 단체사진>
활동이 끝나고 나서 점심 식사를 했고, 프랑스, 벨기에 선수와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프랑스 선수는 와이프분과 함께 대회 왔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프랑스는 세계대회가 있는 해에 선발전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회가 없다고 했다.(이때까지만 해도 프랑스 선수가 일본 선수를 제치고 결승 진출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면 다음 일정은 대회 예선전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발하는 버스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로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남은 시간 동안 멘탈관리를 하면서 예선전을 기다렸다. 예선 시작 시간이 도래하여 로비로 갔고, 아직 예선장의 문을 열지 않아 모든 선수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은 국가명이 적힌 제공된 붉은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안에서 준비가 다 되어 예선장 문이 열렸고 내가 제일 먼저 예선장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대회장에 들어갔더니 스크린에 예선 1라운드 조편성이 나와 있었다.

<1라운드 조편성>
나의 1라운드 상대는 영국, 루마니아, 스페인이었다. 오전에 유람선에서 신재혁 선수가 스페인 선수와 연습경기를 했던 게 생각이 나서 급한 대로 카톡으로 "재혁씨, 아까 스페인 어떻댔죠?"라고 물어봤고 "과감하게 다 푼다"는 답변을 받고 1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했다
※ F.Y.I
세계대회가 국내대회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1. 우리나라는 일부 대회의 결승전에서만 셀렉트를 사용해서 폐쇄형 거치대를 사용할 뿐, 대부분 개방형 거치대를 사용해서 상대방의 남은 타일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계대회는 예선, 결승 모두 폐쇄형 거치대를 사용하며, 형태가 사다리꼴이기 때문에 1층, 2층에 거치할 수 있는 타일의 수가 다르다.
→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의 수, 가지고 올 수 있는 쌓여있는 타일 수, 상대방들이 가지고 있는 타일의 수의 연관성 관점에서 볼 때,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타일의 수를 알 수 없고, 세계대회는 상대적으로 시원시원하게 내는 타입이다 보니 국내 대회와는 흐름이 다르다.

<WRC 타일 거치대>
2. 우리나라는 직사각형 테이블의 네 꼭짓점 쪽에 선수들이 앉아서 플레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타일의 각도가 조금씩 바뀌면서 중 후반쯤 되면 타일의 방향이 굉장히 불규칙하다. 반면, 세계대회는 정사각형의 테이블 각 변에 선수가 앉아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선수의 타일을 내 방향으로 가지고 와도 웬만하면 0(360도)도, 90도 180도 270도 내에서 위치한다.
3. Kinkajoo에서 만든 공식 타이머가 있는데 시작을 누르고 종료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Timer X를 사용하던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히 직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순서인데 시작 버튼을 안 누른 상태로 고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만 세계대회는 이런 실수에 관대했다.
→ 나중에 세계대회를 나가실 분들은 세계대회 참가 여부가 확정되면 그때부터는 Kinkajoo 타이머를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4. 미등록으로 게임이 끝날 경우, 고의성의 여부에 상관없이 -100점이다.
5. 국내대회와 달리 조커는 -100점이다.
6. 경기 중에는 물을 마실 수 없다.(테이블에 물병이 올라가 있는 것을 금지한다.)
Round 1.
- 1경기 :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내는 흐름일 걸로 예측했지만 첫판이라 그런지 선수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웠고 타일이 다 소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익숙한 상황이라 이길 수 있었다.
- 2경기 : 중간에 영국 선수가 지금 각자 타일이 몇 개 남았는지 물어봤고 다들 어리둥절해했다. 스페인 선수가 심판에게 그걸 얘기해 줘야 하냐고 했는데 심판이 그렇다고 했다. 루마니아 선수와 스페인 선수가 남은 타일의 개수를 알려줬고 나도 알려주긴 했는데 가짜로 알려줬다.(당시 가지고 있던 타일보다 더 적은 수로 알려줬는데, 이 답변이 조금이라도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려면 더 많게 얘기를 해야 했다.)
남은 타일을 확인하고 스페인, 영국 선수가 연쇄적으로 타일을 내려놨고 내 순서가 오기 전에 루마니아 선수가 경기를 끝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져서 그런지 -147점으로 타격이 컸다.
- 3경기 : 조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생각보다 타일 조합이 잘되어있어서 쉽게 이겼다.
- 4경기 : 이때는 스페인 선수가 이겼는데, 깔려있는 타일과 맞춘 본인의 타일이 2개인가 3개였고 나머지는 이미 조합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나마 이걸 이기려면 템포를 늦췄어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상대방 패의 개수를 알 수 없었고 영국 선수가 남은 패의 개수를 물어볼 때 귀담아듣지도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그걸 들었어도 믿지 않았을 것 같다.)

<1라운드 결과>
1라운드가 끝나고 일어나기 전에 같은 테이블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최고의 상대였다는 칭찬을 서로 주고받았다. 자리를 일어나기 전에 뒤를 돌아 스크린에 현재 점수집계를 봤을 때, 나는 6위였고 1위는 일본이었다. 루미큐브에서는 일본이 네덜란드와 양대 산맥으로 간주하는데, 직접적으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4승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고, 일단 어떻게든 결승만 가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1라운드가 끝나고 강수정 이사님과 신재혁 선수와 모여서 대화를 하는데 신재혁 선수는 1승을 한 상태였다. 이사님과의 대화에서 2라운드 때 어떻게 해서라도 결승을 가겠다고 하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네덜란드 선수와 눈이 마주쳐서 서로 1라운드를 잘 마쳤는지 대화를 나눴다. 나는 1라운드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 2라운드를 해봐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고 네덜란드 선수는 한 번도 못 이겼다고 했다. 그렇게 서로 굿 럭투유, 치얼업을 말하고 들어가려던 찰나에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들어서 네덜란드 선수에게 혹시 2라운드에 몇조인지 물어봤는데 나와 같은 조였다. 네덜란드 선수는 상대적으로 고령(60대 후반)이었지만, 네덜란드도 대표 선발 방식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디테일에서 승부가 갈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대진을 보니 체코, 중국, 네덜란드가 나의 상대였다. 시티투어 때까지만 해도 대만, 홍콩의 인원들과 같이 다니고 있어서 Champion's distributor로 온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중국 선수였다. 네덜란드 선수는 기존에 대화를 나눠서 알고 있었고 체코 선수는 신재혁 선수와 연습경기 하는 것을 관전해서 누군지 알고 있었다.

<2라운드 조편성>
Round 2.
- 1경기 : 조커를 가지고 있다가 졌는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경기를 지는 바람에 점수를 많이 깎였다.(체코 선수가 이겼다.)
- 2경기 : 모두가 타일을 잘 내지 않고 있자 네덜란드 선수가 "모두 타일을 holding 하고 있으니 내가 put down을 해주지"라면서 조커로 등록을 했다.
2경기도 생각보다 경기가 빨리 끝났고 체코 선수가 이겼는데 개인적으로 이 경기는 이겼어야 할 경기를 져서 아쉬웠다.
- 3경기 : 2경기와 비슷한 양상이었고 네덜란드 선수도 딱히 낼 게 없었는지 타일이 다 소진되는 상황이 나왔다. 이때 남은 타일의 개수를 잘못 봐서 예상했던 양상과는 다르게 진행되었고 네덜란드 선수가 이겼다.(예상한 대로 진행이 되어도 내가 이겼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남은 타일을 잘못 계산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 4경기 : 3경기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실시간 점수표에는 몇 승을 했는지만 기록될 뿐 그때까지 몇 경기를 했는지는 기록되지 않는다. 나는 3경기 중 0승인데 그걸 뒤에서 보는 박승배 사장님과 강수정 이사님은 아직 1경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상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마지막 4경기는 본연의 마음으로, 2019년 봄에 킨텍스에서 처음 대회를 나갔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했다. (네덜란드, 체코, 중국 선수들의 1라운드 성적이 각각 0승, 0승, 1승이었는데 이들을 상대로 굳이 어렵게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마지막 경기는 이겼다.

<2라운드 결과>
1/2라운드 총 8게임, 모든 순간, 모든 수가 내 결정의 연속이었고, 그 결정에 따른 결과였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2라운드까지 마치고 총 3승으로 11위로 예선을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나고 강수정 이사님께서 경기가 왜 이렇게 빨리 끝났냐고 하셨는데 돌이켜 보면 템포 조절이 안 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두다 보니 경기가 빨리 끝났고 정신 차리고 보니 한경기도 못 이긴 상태로 3경기를 했던 것 같다.
우리 조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까지 경기를 하던 신재혁 선수를 멀리서 관전 했는데 2라운드는 선전을 해서 총 4승으로 6위로 마무리를 했다. 실시간 스코어로 봤을 때 마지막 경기를 엄청 큰 점수로 이겨야 결승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라 응원을 하는 나도 너무 아쉬웠다.
경기가 끝나고 밖에서 바람을 좀 쐬고 오니 예선전 최종 스코어가 나왔고 대만, 이스라엘, 프랑스, 헝가리가 예선 1~4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사장님, 이사님, 신재혁 선수와 다 같이 사진을 찍고 32명의 선수로 단체 사진을 찍고 마지막으로 아시아 선수들끼리 사진을 찍었다.

<WRC11 예선 최종 성적>
경기가 끝나고 그단스크의 한 식당을 대관해서 식사를 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이때부터는 예선 탈락을 했으니 마음 편히 와인도 마시고 각 나라의 선수들과 친해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댄스 살롱을 봤고 중간에 함께 참여하는 무도회도 있었다.

<저녁식사>

<저녁식사 중 공연>
디너 행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세계 루미큐브 레전드인 Kuwabara Masato 씨와 2~30분 정도 대화를 했다. 그는 선수로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Distributor를 대신해서 일본 대표의 친구로 이번 대회에 나왔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많은 질문을 했고 나는 나의 명함을 그는 연락처, 이메일, LINE ID가 적힌 종이를 서로 교환하며 향후 기술적인 교류를 기약했다.
일본에는 루미큐브 클럽 같은 게 있는 모양인데, 일본에 갈 때 연락을 하면 연습경기를 주선해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호텔로 돌아온 뒤 로비에서 슬로바키아, 스웨덴, 홍콩, 체코 선수와 순서를 바꿔가며 연습경기를 했다. 사실 실력을 겨루는 자리보다는 서로 간에 친해지기 위한 자리로 루미큐브는 뇌를 거치지 않고 뒀으며 주로 대화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5~6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다 끝나고 보니 새벽 3시였다.
[9월 8일]

<결승전 트로피>

<Artus court의 결승전 테이블>
다음 날 아침을 먹고 결승을 관전하러 갔는데 Artus Court라는 그단스크의 한 박물관에서 진행됐다. 보아하니 박물관을 통째로 대관한 것 같고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를 해줬다.
헝가리-헝가리-대만-헝가리 순으로 승을 차지하여 헝가리 1위, 대만 2위, 이스라엘 3위, 프랑스 4위로 결승전이 끝났다.
결승전이 끝나고 모두가 서로를 축하해 주면서 같이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전날에 같이 식사를 했던 프랑스 선수, 폴란드에 오기 전 모바일로 같이 연습을 했던 이스라엘 선수, 대화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대만, 헝가리 선수 모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 화합의 장이었다. 본질은 대회였지만 실제로는 축제의 느낌이었다. 경쟁을 하다 보니 1~32위까지의 순위는 있겠지만, 국가별 Champion이라는 타이틀로 그단스크에서 함께 경쟁했다는 것만으로 다들 멋있었고 멋있는 사람들과 경쟁을 할 수 있었던 나 또한 영광이었다.

<결승전 직후 단체사진 촬영>
결승전을 마치고 난 후 뷔페에서 식사를 했고 이어서 시티투어가 진행되었다. 폴란드의 보드카, 전통 요리(삭힌 생선) 등을 먹어보는 체험을 하고 호박 박물관도 방문했다. 그단스크 하면 빠질 수 없는 넵튠 분수도 볼 수 있었다. 외국의 선수들을 초청해서 세계대회를 주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게 잘 느껴졌다.

<그단스크의 상징 넵튠 분수>

<시티투어 중 보물찾기>

<시티투어 중 보드카 시음>
시티투어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Olivia Star라는 건물로 가서 스탠딩 파티를 진행했다. 이제 대회가 다 끝났으니 각국의 챔피언들과 네트워크 및 친목을 형성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샴페인을 들고 다니면서 각국의 Champion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루미큐브'라는 키워드 하나로 하나 될 수 있다는 게 참 아름다웠다. 1라운드에서 겨뤘던 영국 선수는 나에게 Destiny rival이라고 했고, 슬로바키아 선수는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의 예절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헝가리 선수는 선물 받은 흰색 티셔츠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챔피언들에게 사인을 받고 있었고 나와 신재혁 선수도 같이 사인을 해줬다.(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나는 파티장에 티셔츠를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옷에 사인으 받고있는 WRC11 챔피언>
1시간 정도의 대화 후 연회장에서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축하공연을 봤다. 그 사이에 인생네컷도 찍을 수 있고 와인과 맥주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었다. 공연을 보던 중 감사패를 전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박승배 사장님께서도 세계 판매량 1위의 업적으로 감사패를 받으셨다. 사장님께서는 “Thank you very much, I am very happy”라고 하셨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루미큐브를 수입 및 판매하기 시작해서 세계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박승배 사장님이 '한국 루미큐브의 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수상자 박승배 사장님>
우리 테이블에는 나, 신재혁 선수, 박승배 사장님, 강수정 이사님, 대만, 체코, 슬로바키아 선수가 앉아있었다. 공연을 보던 중 대만 선수가 나에게 구글 번역기로 (우리는 아직 싸워보지 않았습니다. 지금 어떠신가요?)라는 문장을 보여주었고, 나, 대만 선수, 신재혁 선수, 슬로바키아 선수 넷이 공연을 보던 중 모바일로 경기를 했다.
공연이 다 끝나고 난 후 WRC11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사인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제 진짜 끝이라는 생각을 했고, 잘 마무리했다.

<사인하기>
숙소로 가보니 각국의 선수들이 준비한 선물이 들어있는 쇼핑백과 루미큐브 관련 굿즈들이 도착해 있었다. 많이 아쉬운 마음에 여분으로 준비한 선물을 가지고 로비로 내려갔다.

<받은 선물들>
많이들 아쉬웠던 모양인지 많은 선수들이 숙소로 들어가지 않고 로비에 남아있었다. 선수들끼리만 선물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선물을 받지 않는 제시카와 Kinkajoo 담당자, 벨기에 Guest of champion에게 선물을 주었다. 이스라엘 선수는 제때 선물을 제출하지 못하여 호텔 입구에서 준비한 선물(엽서)을 들고 선수들을 만나는 대로 나눠주고 있었다. 선수별로 다음날 출발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로비에서 돌아다니며 선수들과 인사를 했다.

<마지막 날 저녁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회고 중>
[9월 9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왔다. 제일 마지막으로 네덜란드 선수와 포옹을 하고 신재혁 선수, 체코 선수와 함께 공항으로 이동했고, 신재혁 선수와는 인천까지 동행했다. 이로써 3박 4일 동안 펼쳐진 전 세계 루미큐브 인들의 축제 WRC11이 끝났다.
[작성을 마무리하며...]
선발전 준비를 시작했던 올해 초부터 세계대회를 마치기까지 몇 달 동안 열심히 살았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2019 루미큐브 페스티벌에서 얻은 한국대표 선발전 참가자격이 동기부여가 되어 루미큐브를 열심히 하다보니 세계대회에서 경쟁할 기회가 생겼고 이제는 평생 취미가 되었다. 앞으로도 국내 대회에서 열심히 경쟁을 하면서 한국 루미큐브의 수준을 조금 더 높이는데 기여한다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WRC 우승자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이 한국 루미큐브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차기 WRC 우승을 기원하며…한국 루미큐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