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 게임 운영사 kinkajoo는 놀이속의세상과 관련 없는 기업임을 명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9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WRC11에 온라인유저 대표 자격으로 출전한 Lazenca 신재혁입니다. 저는 비록 이번 대회를 kinkajoo소속으로 출전하긴 했으나, 기존에 국내대회에도 자주 참가했던 만큼 원래도 주최측과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번 대회에 대한민국 대표단(놀이속의세상 박승배 사장님, 강수정 이사님과 한국대표 성범창 선수)과 동행하며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6년만에 열리는 WRC여서 세계 각지에서 여러모로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였는데, 제가 참가자격을 얻었다는 것이 그저 기쁘면서도 얼떨떨할 뿐이었습니다.
<온라인 대표는 어떻게 되는가?>
먼저 ‘온라인대표’라는 단어가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을 조금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온라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kinkajoo사에서 만든 Rummikub어플을 말합니다. 대회장에 가서 다른 플레이어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온라인으로 루미큐브에 입문을 하셨다는 분이 종종 있는데요, 저 역시도 온라인유저 출신이었던 만큼 평소 여가시간에도 플레이를 즐겨 했고 대회 대비 연습을 할 때도 자주 활용하곤 했었습니다. 공식 대표 선발 역시 올해 6월에 이 어플을 통해서 치러졌고, 국대선발전에서 탈락한 후 낙담하고 있던 제 입장에서는 큰 기회였기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온라인 대표 선발전은 각자 100경기를 치러서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유저 1명이 대표로 선발되는 방식이었는데, 만약 100경기를 채운 후 기록이 불만족스럽다면 얼마든지 재시도를 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저는 총 3사이클(1사이클=100경기)을 돌렸고 순서대로 67승→68승→77승을 기록하여 최종적으로 77승의 기록으로 예선 1위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뒷광고는 절대 아니고 이런 루트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온라인대표는 국적 제한이 없는 만큼 한 나라에서 두 명의 선수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대회장에 한 명이라도 선수를 더 보낼 수 있다면 우승 확률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온라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대회 후기를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회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9월6일(금)~9일(월)에 진행되었습니다. 9월 5일 저녁 인천→헬싱키→그단스크로 이어지는 비행기를 타면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폴란드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대감과 설렘이 더욱 배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8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그단스크는 매우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수하물을 찾은 후 공항 대합실에 세워져 있던 루미큐브 부스를 보니 그때부터 대회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공항에서 확인 절차를 마친 후, 대회측에서 준비한 픽업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예선 경기장이자 숙소였던 Hilton Gdańsk에 도착한 시점은 아침9시였는데,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호텔측의 배려로 얼리체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1인 1실로 줍니다.
호텔 키를 받은 후 대회 총괄 담당자인 Jessica와 Eva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분들에게 첫날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점심 쿠폰과 선수용 패키지를 지급받았습니다. 일정은 오후 7시의 디너부터 시작이었기에 그 전까지는 자유시간이었고, 저는 입구에서 받은 패키지를 살펴보고 호텔 주위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탁받은 기념품들은 이 시점에 미리 다 사뒀는데, 이때가 아니면 시간이 거의 없으니 미래의 참가자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디너 식사 자리에서는 kinkajoo측 직원인 Nadav, Amos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여기서 처음 정식으로 인사도 나눴습니다. 저의 온라인예선 결과에 놀라시면서(?) 다음날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도 해 주셨습니다. 그 후 준비된 식사를 먹으면서 테이블의 여러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긴장되는 첫날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신없는 금요일을 보내고 경기 당일이 밝았습니다. 아침에는 그단스크의 Wisła강을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이후 Sopot해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 직전에 공식 트레일러 영상도 일부 촬영했습니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와서 15시에 드디어 예선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세계대회는 국내와 비교하여 다른 룰이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조커 페널티가 -100점이 부과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전 WRC에도 적용된 규칙이었기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등록 가능한 타일을 들고 미등록으로 게임이 끝나더라도 -100점만 벌점으로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내대회는 -200점이었죠? 이는 이번 WRC11에 신설된 룰로, 지난 대회와 달라진 부분입니다(그래서인지 룰 브리핑 시간에도 강조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정말 꼬아서 생각하면 등록이 너무 늦게 되는 경기에선 차라리 등록을 안하고 던지는 게 점수관리에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 입장하자 Jessica가 1,2라운드에 어느 조로 편성되는지 적힌 스티커를 제 명찰에 붙여줬습니다. 저는 1라운드에서 ‘6조’로 배정되어서 스웨덴, 이탈리아, 멕시코 대표와 함께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입장 직전 로비에서 행운을 빈다고 인사를 나눈 이탈리아 대표가 저와 바로 같은 조에 편성되다 보니 반가우면서도 살짝 머쓱한 면은 있었습니다. 아무튼 경기는 시작되었고 1라운드는 1승3패(패승패패, -192점)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1라운드에서 2승을 했어야만 했는데 실패한 시점에서 모든 게 꼬인 것 같네요. 하지만 경기 자체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초반에는 긴장이 되는 듯하다가도 결국 국내에서 하던 그대로임을 깨닫고 나니 좀 더 편한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시간 후 2라운드가 시작되었고 결승을 목표로 하는 저는 반드시 4전전승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2라운드에서 저는 ‘2조’였고 상대국은 벨기에, 오스트리아, 불가리아였습니다. 전승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상태로 2라운드를 시작했습니다. 어찌어찌 5,6경기는 잡아냈는데 테이블 내에서의 흐름이 저에게 유리한 느낌이 들어서 ‘아직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7경기는 판단을 잘못해서 패배했고 결국 3승 4패인 상태에서 8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시점에 나머지 조는 모두 경기가 끝난 상태였는데, 실시간 순위표를 보니 제가 TOP4에 들려면 450점 이상의 점수를 먹으면서 8경기를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였고, 8경기를 잡긴 했으나 최종 스코어는 ‘4승4패 +109점’을 기록하여 6위가 되었습니다. 기존 목표였던 5승에는 살짝 못 미쳤기에 아쉬움이 컸지만,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연습해간 까다로운 조합들을 한 번도 안 틀린 것 만으로도 생각합니다. 한편 어쩌다 보니 전체 예선경기의 마지막 승리는 제가 장식했고 다른 참가자들의 축하와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2라운드를 모두 마치고 32명 전원이 참가 기념 메달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때 선수들은 각국에서 준비한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분명 선물을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결국 저 포함 5개국의 선물은 3일차 저녁에 따로 지급되었습니다. 준비한 선물이 최종적으로는 잘 전달되었으니 다행이네요. 다음 WRC12 대표님은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꼭 관련 정보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선물들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실 때 최대한 큰 캐리어를 가져가셔야 합니다. 저는 캐리어2개+백팩까지 챙겨갔음에도 공간이 모자라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1일차 경기를 마치고 저희는 Gdansk fine art academy로 이동하여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meat, fish, vegan중에서 예약을 받았었는데, 저는 유럽에서 주로 나는 생선인 zander를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 fish를 선택했습니다. 살짝 짭짤했지만 살이 단단한 게 제 입맛에는 맞았습니다. 조커를 품은 디저트도 나왔습니다. 종이인 줄 알았는데 식용입니다! 식감도 생각보단 좋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식사 중간중간 폴란드 전통 댄스공연도 볼 수 있었고,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유럽은 확실히 식사를 오래 합니다. 특히 저녁은 매번 3시간 이상씩 느긋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즐거움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둘째 날을 보내고 일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든 참가자들은 아침에 바로 결승경기가 열리는 Artus court(박물관)로 이동해서 결승전을 관전했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1층의 홀은 굉장히 크고 웅장했고 이런 곳에서 게임을 하게 되는 플레이어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가히 ‘세계챔피언’을 뽑는 자리에 걸맞은 장소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대만, 이스라엘, 프랑스, 헝가리가 결승에서 자웅을 겨뤘고 최종적으로는 헝가리가 3승 1패로 우승했습니다. 18세의 나이에 세계챔피언에 오른 헝가리 대표 Máté에게 모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주었습니다.
결승전이 마무리된 후, Artus court 바로 밑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조를 나눠 city tour를 진행했습니다. 랜드마크인 분수(Neptune’s fountain) 앞에서 시작하여 폴란드 전통요리도 먹고, 장난감 박물관 구경도 하고, 달달한 보드카도 마셔보면서 즐거운 투어를 끝냈습니다. 지난 이틀은 승부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면, 이 날 만큼은 그단스크라는 도시를 한껏 누리며 경관도 즐기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의 마지막인 gala dinner도 인상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드레스코드가 formal로 지정되어 있는 일정이기도 한데요, 준비한 정장을 갖춰 입은 후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 duck confit도 먹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즐거움을 한 층 더해줬습니다. 연습하느라 한동안 멀리했던 술도 맘놓고 마셨습니다ㅎㅎ 마지막 일정인만큼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모든 순간들을 기억속에 담으며 충분히 즐기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한편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루미큐브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로 선정되어 이 자리에서 Lemada측의 감사패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일정을 갈무리하고 저희는 월요일 낮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어서 아쉬웠고 비행기에서 그단스크를 내려다볼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총평>
역시 우승은 저에게는 조금 버거운 꿈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WRC에 출전해서 전 세계의 쟁쟁한 플레이어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루미큐버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가 WRC일텐데 그런 대회를 감히 제가 참가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앞으로 평생토록 가져갈 아름다운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Lemada, kinkajoo, 그리고 놀이속의세상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루미큐브에 처음 입문했을 때, 저의 여정이 여기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한 사람은(저 포함) 아무도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막연한 소망을 현실로 만들어주신 모든 대회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달간 함께 연습을 도와주신 선수분들과 전직 대표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인들 중에 루미큐브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연습에 많은 난항을 겪었는데, 덕분에 경기감각을 충분히 유지 한 채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3년 후에 대회를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요청하신다면 저 역시도 가능한 선에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연락주세요^^…
<후기를 마치며…>
이 글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루미큐브의 세계에 새로이 발을 내딛으면서 WRC12를 향한 도전을 시작한다면, 그제서야 저는 비로소 글을 쓴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다음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사실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훨씬 많은데 글의 흐름 상 다 담을 수 없었음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몇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조만간 브이로그도 올리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